파랑새의 의미

2011. 8. 10. 03:36 from 카테고리 없음




어렸을 때, 흐름따라 인기있던 아이템이 있었다.
공사장 모래 속 조개껍질. 종이인형. 찐득이. 부푸는풍선. 딱지. 뽑기반지. 캔 따개.
난 그중에 유리구슬이 그렇게 별로였다. 주로 연한 청록색에 노랑주황파랑색선이 들어가있는 모양의. 보급형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안 갖고있는 애가 없었다. 놀이터 모래속에도 많았다. 다양하지 않아. 어디든 있어. 게다가 촌쓰러. 허무해.라고 생각했다. 구슬따먹기를 하면 그것만이 즐비했다. 그저 늘어갈뿐인 유리구슬은 개구리알보다도 매력적이지 않았고 구슬로 부푼 주머니의 짝꿍은 그냥 개구리같았다.
그러던 중 새로운 구슬을 보고말았다. 그리고 나는 구슬판에 들어가게 되었다. 용돈 좀 있는 애나, 싸움 잘했던 애가 나올 땐 특히나 콧구멍 파닥파닥 거리며 출전했다. 파랑색만이 오롯이 들어가있는 푸르스름한 청색구슬, 회색 빛 구슬을 볼 수 있었으니까. 유리구슬에 조금씩은 들어가있는 답답한 공기방울까지도 너무 예뻤다.
내가 구슬을 모았던 이유는 그 구슬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띠구슬 네 개, 회색구슬 하나, 푸른구슬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쓰르륵 쓰르륵 굴리면서 걸으면 눈 앞에 파랑, 회색구슬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 보였다.


그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들추어보면 의외의 것이기도 했고
직관이 명관으로 척 들어맞았음에도 미적미적거리다 들추었을 땐 사라져있거나
펄럭펄럭 들춰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거나
실은 기합 빡 들어가있고 심장도 두근두근 터질 것 같은데, 그 상태가 너무 심해서 아직도 들추지 못한 막도 있다.


내가 밑줄 칠 내용은 흥분상태이고, 푸른구슬 회빛구슬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다.
파랑새에 있어 의미란, 없다.
 
Posted by adorable :